민법 제155조가 기간 계산의 열쇠입니다 — 왜 법마다 세는 방식이 다른가
기한을 두고 다툼이 생기면 대부분 "언제부터 세느냐"에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답이 인터넷에서 서로 다르게 돌아다닙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기간 계산에 원칙이 하나 있고, 그 원칙을 밀어내는 조항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6장이 기간을 다루는데, 그중 제155조가 적용 순서를 정합니다.
이 조문을 먼저 보면 나머지가 정리됩니다.
01 1. 제155조 — 언제 민법을 쓰는가
민법 제6장의 첫 조문입니다.
제155조(본장의 적용범위) 기간의 계산은 법령, 재판상의 처분 또는 법률행위에 다른 정한 바가 없으면 본장의 규정에 의한다.
"다른 정한 바가 없으면"이 이 장 전체의 전제입니다.
민법의 기간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 보충규정입니다.
개별 법령이 세는 방식을 따로 정했다면 그 법이 우선하고,
계약으로 달리 정했다면 그 약정이 우선합니다.
법마다 기간 세는 법이 다른 것은 충돌이 아니라 설계입니다.
02 2. 기산점 세 가지
언제부터 세기 시작하는가에 대한 규정입니다.
기산점 조문
| 조문 | 대상 | 내용 |
| 제156조 | 시·분·초로 정한 기간 | 즉시로부터 기산 |
| 제157조 본문 | 일·주·월·연으로 정한 기간 | 초일은 산입하지 않음 |
| 제157조 단서 | 오전 0시부터 시작하는 기간 | 초일을 산입 |
조문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제157조(기간의 기산점) 기간을 일, 주, 월 또는 연으로 정한 때에는 기간의 초일은 산입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그 기간이 오전 영시로부터 시작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단서가 붙은 이유는 명확합니다.
초일을 빼는 취지가 "첫날은 하루가 온전하지 않으니 세지 말자"인데,
오전 0시부터 시작하면 그날이 온전한 하루이므로 뺄 이유가 없습니다.
03 3. 만료점 세 가지
언제 끝나는가에 대한 규정입니다.
제159조(기간의 만료점) 기간을 일, 주, 월 또는 연으로 정한 때에는 기간말일의 종료로 기간이 만료한다.
말일이 지나가야 끝납니다. 말일 자정까지입니다.
제161조(공휴일 등과 기간의 만료점) 기간의 말일이 토요일 또는 공휴일에 해당한 때에는 기간은 그 익일로 만료한다.
여기서 자주 놓치는 것이 **토요일**입니다.
2007년 개정으로 토요일이 들어왔습니다.
"공휴일이면 다음 날"로만 기억하고 계시면 토요일에서 하루가 어긋납니다.
| 날짜 계산기 계산은 1초, 가입도 설치도 없습니다
|
04 4. 제160조의 실무 함정
주·월·연 단위 기간은 날짜를 세는 것이 아니라 달력을 따라갑니다.
제160조(역에 의한 계산)
① 기간을 주, 월 또는 연으로 정한 때에는 역에 의하여 계산한다.
② 주, 월 또는 연의 처음으로부터 기간을 기산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최후의 주, 월 또는 연에서 그 기산일에 해당한 날의 전일로 기간이 만료한다.
③ 월 또는 연으로 정한 경우에 최종의 월에 해당일이 없는 때에는 그 월의 말일로 기간이 만료한다.
제2항이 말하는 "해당한 날의 전일"이 핵심입니다.
1개월을 30일로 환산하지 않습니다.
기산일과 같은 날짜의 하루 전에 만료합니다.
제3항은 그 규칙이 통하지 않는 경우를 처리합니다.
제160조 제3항이 필요한 이유
| 기산일 | 1개월 뒤 해당일 | 실제 만료 |
| 1월 31일 | 2월 31일 (없음) | 2월 말일 |
| 3월 31일 | 4월 31일 (없음) | 4월 30일 |
| 8월 31일 | 9월 31일 (없음) | 9월 30일 |
달력에 없는 날짜가 나오면 그 달의 말일로 처리합니다.
개월 단위 기한을 다룰 때 30일로 계산하면 여기서 어긋납니다.
05 5. 나이만 반대로 셉니다
기간은 초일을 빼는데 나이는 넣습니다.
제158조(나이의 계산과 표시) 나이는 출생일을 산입하여 만(滿) 나이로 계산하고, 연수(年數)로 표시한다. 다만, 1세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월수(月數)로 표시할 수 있다.
같은 장에 있으면서 원칙과 반대로 정해둔 조문입니다.
기간 규정을 나이에 그대로 적용하면 틀립니다.
06 6. 조문 문구로 판별하는 법
실무에서 가장 쓸모 있는 요령은 조문 문구를 보는 것입니다.
문구별 판별
| 조문 표현 | 세는 방식 | 예 |
| "~한 때부터", "~부터" | 민법 원칙 → 초일 불산입 | 근로기준법 제36조 금품청산 14일 |
| "~부터 계산하기 시작하여" | 초일 산입 | 고용보험법 제49조 대기기간 7일 |
| "오전 0시부터" | 초일 산입 (제157조 단서) | — |
"계산하기 시작하여"처럼 세는 시작점을 못 박은 표현이 있으면
민법 제155조의 "다른 정한 바"에 해당해 그 법의 방식으로 셉니다.
반대로 "~부터"라고만 되어 있으면 세는 방식을 따로 정하지 않은 것이므로
민법 제157조 원칙이 적용됩니다.
기한이 중요한 사안이라면
해당 조문을 직접 열어 이 표현을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07 7. 정리
- 제155조: 민법 기간 규정은 **보충규정**이다. 다른 정함이 있으면 그쪽이 우선한다
- 제156조·제157조: 시·분·초는 즉시, 일·주·월·연은 초일 불산입 (오전 0시 시작이면 산입)
- 제159조: 말일의 **종료**로 만료
- 제161조: 말일이 **토요일 또는 공휴일**이면 익일로 만료
- 제160조: 주·월·연은 달력으로 계산하고, 해당일이 없으면 그 달 말일
- 제158조: 나이는 **출생일을 산입**한다 (원칙과 반대)
기간 계산이 헷갈릴 때는 두 가지만 확인하시면 됩니다.
그 제도의 조문이 세는 방식을 따로 정했는지,
정하지 않았다면 민법 원칙대로 첫날을 빼면 됩니다.
※ 개별 사안의 기산점은 사실관계와 관련 규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조문 구조를 정리한 정보 제공용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중요한 기한은 관할 기관이나 전문가에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근거 · 출처
민법 제155조~제161조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
근로기준법 제36조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DRF/lawService.do?target=law&MST=283457
고용보험법 제49조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